한 입에 들어오는 세계의 소울푸드

내가 기억나는 음식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잉글랜드의 "피쉬 앤 칩스(Fish and Chips)"였다. 런던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, 비 내리는 거리에서 우연히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만난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. 바삭한 튀김과 촉촉한 생선살의 조화는 정말 최고였다. 이 순간은 음식이 단순한 끼니가 아닌, 여행의 중요한 부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.
우리나라 소울푸드, 김치찌개
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김치찌개다. 우리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앉아 그 진한 맛을 즐긴다. 특히, 김치가 깊게 익어 그 매콤함과 시원함이 스며든 국물은 마치 엄마의 포근한 품처럼 느껴진다. 김치찌개에 반쯤 잠긴 두부를 밥과 함께 먹으면 그 자체로 하루의 피로가 다 씻겨 내려가는 것같다. 내 친구 중 한 명은 출장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가장 그리운 음식으로 김치찌개를 꼽는데, 그 이야기만 들어도 그리운 맛이 마음속에 샘솟는다.
일본의 위로, 라멘
일본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일본에 방문했을 때였다. 축제가 끝나고 관광지를 둘러보다가, 현지인 추천으로 골목 안 라멘집에 들어갔다. 그곳에서 처음 맛본 된장베이스의 미소라멘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. 따뜻한 국물이 속을 안정시켜 주었고, 라멘의 면발은 입안에서 쫄깃하게 감겼다. 일본에서의 또 다른 경험은 차슈가 올려진 쇼유라멘이었는데, 그 깊은 감칠맛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.
미국인의 집밥, 매쉬드 포테이토
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경험한 매쉬드 포테이토는 그들의 대표적인 홈푸드 중 하나였다.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면서 접한 매쉬드 포테이토는 진한 버터와 크림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었다. 한 스푼 가득 떠서 먹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과 포만감은 이후에도 여러 번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. 이렇게 가장 흔하지만, 가장 그리운 음식이 바로 소울푸드가 아닌가 싶다.
전통에서 현대까지, 세계의 소울푸드
이처럼 각 나라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소울푸드가 있다. 멕시코의 타코는 거리의 간식으로도 최고지만, 다양한 소스를 더한 홈메이드 타코는 그야말로 예술이다. 프랑스에서는 고급 디저트로 유명한 크렘브륄레보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맛을 떠오르게 하는 크루아상과 바게트가 더 소울푸드에 가까울 수 있다.
이 모든 음식들이 단순히 맛있어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. 그것들이 전하는 따뜻함과 편안함, 그리고 음식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각각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. 음식은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,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담고 있으며, 이를 통해 우리는 다른 문화와 소통할 수 있다.

음식을 통해 얻는 위로와 즐거움은 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람들이 나누고 공감하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준다. 이러한 경험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으며, 언젠가 다시금 그 음식들이 떠올라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도 있다. 소중한 한 입, 여러분에게는 어떤 소울푸드가 있는지 궁금하다.